미술과 음악은 태고이래. 각기 다른 방법이지만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발전해 왔다. 때로는 기쁨을, 때로는 슬픔을, 때로는 분노와 회한을 대신 삭이며 공동체의 안녕과 평화와 번영을 위해 기여해온 것이다. 

미술과 음악은 같은 예술이라 할지라도 음악이 애완견처럼 넘어지고 뒤집어지는 재주를 가지고 있어 주인과의 밀착적 소통을 끊임없이 유발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한다면, 미술은 너구리의 생태를 많이 닮아 있어 조용히 집안 구석 어딘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가는 주인이 무료해 할 즈음이면 나타나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서는 다시 미련 없이 사라져 주는 의뭉스러운 데가 있다. 

그러니까 미술이란 음악과는 달리 시끄러운가 하면 조용하고, 조용한가 하면 시끄러운 소리 없는 아우성 같은 것이라 하겠다. 그래서 당신이 이제 신산한 세월의 고비를 넘겨 조용히 살아가는 달관자적 삶의 주인공이 되었다면 집안 구석 그림 한 점 정도를 걸어놓고 정을 붙여 보는 일도 좋을 것이다. 너구리 같이 잊힐만하면 나타나 새롭게 당신에게 말을 걸어올 테니까...